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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낭만주의 오페라 시리즈 제4회 베르디의 《에르나니》

by naeunworld 2025. 5. 18.

✨ 오페라 극장 – 이탈리아 낭만주의 오페라 시리즈 제4회

베르디의 《에르나니》

에르나니

 

"명예, 복수, 사랑... 그리고 죽음의 서사가 폭풍처럼 휘몰아 칩니다.

 

안녕하세요.

나은과 함께하는 오늘의 오페라 입니다. 오늘 만나볼 작품은 명예와 복수, 사랑과 죽음이 얽킨 격정의 대서사  주세페 베르디의 <에르나니> 입니다.

1844년 베네치아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불꽃처럼 타오르는 감정의 서사로 이탈리아 오페라 무대에 강렬한 흔적을 남겼습니다.

사랑과 명예 사이에 흔들리는 남자의 운명과 그를 둘러싼 세사람의 이야기..

그 격동의 무대위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 작품 정보:

  • 오페라: 《에르나니》(Ernani)
  •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 (Giuseppe Verdi)
  • 대본: 프란체스코 마리아 피아베 (Francesco Maria Piave)
  • 원작: 빅토르 위고의 희곡 『에르나니』
  • 초연: 1844년 3월 9일, 베네치아 라 페니체 극장

🎙️ 작곡가 소개 – 주세페 베르디 (Giuseppe Verdi, 1813–1901)

주세페 베르디는 19세기 이탈리아 낭만주의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인간의 감정과 사회적 갈등, 민족의 해방을 예술로 풀어낸 거장이었습니다. 북이탈리아 파르마 근처의 작은 마을 레 론콜레에서 태어난 그는 평범한 밀가루 방앗간 집안 출신이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며 성장했습니다.

그의 음악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서, 억압받는 자들의 절규와 자유를 향한 열망, 그리고 인간 내면의 고뇌와 사랑을 진하게 담아내었습니다. 《나부코》의 성공 이후, 베르디는 민족주의적 작곡가로서 이탈리아 대중의 심금을 울렸고, 《에르나니》는 그가 젊은 시절 처음으로 대중적 스타 작곡가로 자리매김하게 해준 대표작 중 하나였습니다.

여기엔 자유와 민족정신, 거기에 개인의 명예와 사랑의 갈등을 담은 당시 시대정신도 함께 녹아져 있죠...

그는 오페라를 통해 민중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당대 오스트리아의 지배 아래 있던 이탈리아인들에게 희망과 격려를 전하곤 했습니다. 그의 음악은 강렬한 감정, 선율미, 그리고 드라마틱한 전개로 관객을 몰입하게 만들었습니다.


🎭《에르나니》 줄거리

🎬 제1막: “도둑의 은신처, 사랑의 불꽃”

스페인 산속의 황량한 산적 은신처. 몰락한 귀족 출신의 청년, 에르나니는 이제 산적의 두목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는 왕 카를로 5세에게 가문을 잃은 복수의 화신이 되었지만, 오늘은 복수가 아닌 사랑의 불꽃이 그의 심장을 흔들고 있습니다. 그 사랑의 주인공은 귀족 여인 엘비라.

엘비라는 늙은 귀족 도나 실바와의 정략결혼을 앞두고 있었지만,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는 에르나니였습니다. 에르나니는 엘비라를 납치해 함께 도망칠 계획을 세우고 산적들에게 명령합니다. 동시에 엘비라는 사랑하는 이가 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며 아리아를 부릅니다.

그 순간, 예상치 못한 인물 – 왕 카를로 5세가 그녀의 방에 들이닥칩니다. 엘비라를 욕망하는 왕과 그녀를 지키려는 에르나니, 그리고 늦게 나타난 도나 실바까지. 네 명의 주요 인물이 이 첫 막에서 충돌하며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합니다.

 

🎵 에르나니: 《Come rugiada al cespite》
"이 내 사랑은, 풀잎 위의 이슬처럼, 조용히 너에게 스며들지…"

그 시각, 엘비라의 방. 그녀는 갈등과 두려움 속에서 결혼을 거부하려 합니다. 에르나니를 기다리며 부르는 노래에는 간절함이 담겨 있죠.

 

[엘비라의 아리아]
🎵 엘비라: 《Ernani! Ernani, involami》
"에르나니여! 날 데려가줘… 이 두려움과 억압에서, 그대의 품으로…"

그러나 그 순간, 뜻밖의 인물이 성에 나타납니다. 카를로 5세. 그는 단순한 국왕이 아닌, 엘비라를 욕망하는 강력한 남자입니다. 그녀에게 접근하는 그의 눈빛은 탐욕과 권력을 품고 있습니다. 에르나니가 그를 제지하자, 세 사람은 충돌하고 마침내 도나 실바가 들이닥치며 장면은 혼돈으로 휩싸입니다.

💬 카를로 5세: “이 여인은 왕이 원하는 것이다!”
💬 에르나니: “그녀는 내 운명이다! 이 목숨 바쳐서라도 지켜낼 테니!”

 

🎬 제2막: “명예와 갈등”

장소는 도나 실바의 성. 카를로는 왕의 권력을 이용해 에르나니를 잡으려 하지만, 실바는 그가 왕이라는 것을 모른 채 에르나니를 숨겨줍니다. 이는 곧 실바의 귀족다운 명예와 의리, 그리고 엘비라에 대한 고뇌가 뒤섞인 행동이었습니다.

엘비라는 에르나니가 체포되지 않도록 간청하고, 실바는 그제야 두 사람의 사랑을 눈치챕니다. 격분한 실바는 에르나니에게 결투를 신청하지만, 그가 국왕임을 안 순간 모든 것이 멈춥니다.

카를로는 실바의 배려에 감동받아, 에르나니를 용서하고 떠나며 이렇게 말하죠.

💬 카를로: “나는 너희를 잊지 않겠다. 언젠가 은혜를 갚으리라.”

이 장면은 베르디 특유의 긴장과 명예, 갈등을 드러내는 드라마틱한 구도로 이루어져 있으며, 삼자 관계가 어떻게 복잡하게 얽혀가는지를 강렬하게 보여줍니다.

 

 

실바의 아리아:
"Infelice! e tu credevi…”
“불행한 자여! 그대는 날 속였소. 하지만 나는 그대보다 더 강하오.”
중후한 베이스 음색의 이 곡은 실바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명장면입니다.

🎬 제3막: “대관식과 용서”

장소는 아헨의 카를 대제 무덤. 카를로는 여기서 황제의 대관식을 앞두고, 자신에게 반기를 든 귀족들을 색출하고 있습니다. 음모가 오가는 비밀 회합 속에서, 에르나니와 실바는 왕에게 반대하는 자로 찍힐 위기에 놓입니다.

그러나 이 순간, 카를로는 진정한 황제로서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그는 에르나니와 실바를 용서하고, 놀랍게도 엘비라와 에르나니의 결혼을 허락하죠. 정치와 사랑, 복수와 용서의 중대한 전환점입니다.

💬 카를로: “왕은 복수하지 않는다. 황제는 은혜로 다스리는 법이다.”

이 장면은 베르디가 정치적 이상주의개인의 감정을 어떻게 극적으로 포개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거대한 합창과 함께, 긴장이 해소되는 듯 보입니다.

 

🎬 제4막: “맹세와 비극”

에르나니와 엘비라는 마침내 결혼식을 올립니다. 축복 속에서, 지난 고난들이 지나가는 듯합니다. 그러나...

결혼식이 한창일 때, 검은 망토를 쓴 사내가 등장합니다. 그는 바로 도나 실바. 한때 맹세했던 약속을 이행하라며, 에르나니에게 단검을 건넵니다. 바로 “네가 언젠가 나에게 목숨을 내놓겠노라” 했던 그 맹세의 순간이 돌아온 것이죠.

엘비라는 절규합니다. 사랑을 이제 막 찾은 이 순간, 왜 죽어야 하냐며 운명을 거스르려 하지만, 에르나니는 말을 삼킵니다.

[에르나니의 마지막 아리아]
🎵 《O sommo Carlo》
"카를로여, 당신은 나를 용서했지만… 나는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소."

그는 단검을 쥐고, 엘비라를 바라봅니다.

💬 에르나니: “내 사랑이여… 나의 마지막 숨결도 당신과 함께.”

에르나니는 스스로의 가슴에 칼을 꽂고, 엘비라의 품에 안긴 채 숨을 거둡니다. 그리고 오페라는, 그녀의 절규 속에 막을 내립니다.

 


🎧 감상 포인트 & 대표 아리아 소개

명예,사랑, 그리고 인간 내면의 갈등과 투쟁

 

에르나니》는 단순한 삼각관계의 사랑 이야기를 넘어, 각 인물의 ‘명예’와 ‘충성심’, 그리고 ‘욕망’이 충돌하는 고전적 드라마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특히 주인공 에르나니는 몰락한 귀족이자 산적이라는 이중적인 정체성을 지니고 있고, 엘비라는 사랑과 순응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성으로, 당시 여성상이 투영된 인물입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요소는 베르디 특유의 선율미와 드라마틱한 전개입니다. 각 막마다 치밀하게 구성된 아리아와 합창, 중창은 단순히 음악적 쾌감을 넘어, 감정선의 깊이를 풍부하게 전달합니다. 특히 3막의 대관식 장면에서는 왕의 통치 철학이 선율로 표현되며, 감정적 고조와 정치적 선언이 절묘하게 결합됩니다.

또한 베르디가 《에르나니》에서 보여주는 극적인 음악 표현은 이후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 등에서 더 깊이 발전하게 되며, 이 작품은 베르디가 대작곡가로 도약하는 발판이 된 의미 있는 전환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통 이탈리아 벨칸토 창법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곡들이 많아, 성악가의 기량과 감정 표현을 즐기기에 탁월한 오페라이기도 합니다.

 

🎶 대표 아리아 

🎵 에르나니의 아리아 – 〈Ernani! Ernani, involami〉 (“에르나니! 나를 데려가 주세요”)

엘비라가 에르나니의 구원을 기다리며 부르는 아리아로, 이 오페라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장면입니다. 절박한 사랑과 두려움, 설렘이 교차하는 심리가 음악에 아름답게 담겨 있습니다. 높은 음역대를 넘나드는 멜로디와 흐느끼는 듯한 선율은 벨칸토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Ernani! Ernani, involami… fuggiam da questi luoghi…”
“에르나니, 제발 절 데려가 주세요… 이곳을 떠나 함께 도망쳐요…”

이 아리아는 많은 소프라노들이 레퍼토리로 삼는 곡이기도 하며, 오페라 초입에서 등장인물의 감정을 단숨에 관객에게 전달하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 실바의 아리아 – 〈Infelice! e tu credevi〉 (“불행하도다! 너는 믿었겠지”)

실바 백작이 사랑과 명예 사이에서 절망하는 장면에서 부르는 중후한 베이스 아리아입니다. 늙은 귀족으로서의 품격, 사랑의 상실감, 그리고 명예에 대한 집착이 무겁고 깊이 있는 음색으로 표현됩니다. 이 장면은 특히 중장년층 관객에게 묵직한 감동을 전해주는 명장면으로 손꼽힙니다.


📻 클로징 멘트

지금까지 오페라 극장, 이탈리아 낭만주의 오페라 시리즈 네번째, 베르디의 《에르나니》를 함께 만나  보았습니다.

몰락한 귀족의 격정적인 사랑, 등장 인물들간의 치열한 갈등, 그리고 명예 앞에 무너지는 인간의 운명 속 복수와 용서가 뒤엉킨 이 비극 속에서, 우리는 인간 존재의 깊이를 음악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특히 베르디가 젊은 나이에 이 작품을 통해 보여준 천제성과 감정 표현은 이후 거장으로서의 길을 예고 하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 베르디의 낭만 어떻게 느끼셨나요?

다음 시간에는 이탈리아 낭만주의 오페라 시리즈 제5회, 베르디의 또 다른 작품 리골레토로 이어가겠습니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정수 그리고 '여자의 마음' 이라는 유명한아리아로 잘 알려진 이 작품도 놓치지 마세요.

나은과 함깨 하는 오페라 극장 이었습니다.